이것을 꿈꾸며 오늘도 하루를 살았다 - 김재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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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것을 꿈꾸며 오늘도 하루를 살았다 - 김재우

오전 7시.
남수단 와우(Wau)에 모인 동역자와 친구들을 줌으로 만나기로 한 시간. 작년 이맘때 그곳을 방문했던터라 보고싶은 얼굴들이 많지만 도시 전체에 전기가 없는 현지 상황을 고려할때 과연 성공적인 화상 통화가 될지. 다행히 현지에 유엔에서 일하는 자매가 인터넷 사용을 가능케 했고, 발전기로 돌린 전기가 나가지 않고 견뎌주어 (작년엔 발전기를 돌려 공급한 전기가 예배때 수시로 나가 곡 한곡 사이에도 여러번 장비전체가 리부팅을 해야했다) 줌 통화가 가능했다.
드디어 우리의 얼굴과 목소리가 나가고 우리의 인사말이 전해지자 몇초후 사람들의 환호성이 들렸다. 반갑고 그리운 얼굴들. 그들이 준비한 깜짝 선물이 있었다. 우리가 최근 녹음해 발표한 수단 찬양 He’s Alive를 스페인어로 우리에게 불러준다. 서로 다른 부족 언어로 노래하는것 조차 꺼려하던 이들이 전혀 새로운 언어로 노래한다. 친구인 우리가 소중히 여기는 것을 그들도 소중히 여겨준다. 아침부터 눈물이 아른거린다.

오전 10시.
매주 수요일은 한시간 반 동안 모여서 찬양하고 기도한다. 오늘은 우리 친구들인 버마족, 카렌족, 친족 그리고 미얀마의 다른 종족들을 위해 간절히 기도했다. 미얀마에서 온 젊은 친구들은 최근 일어난 군부 구테타로 마음이 많이 힘들다. 우리 공동체에서 이들은 함께 밥을 먹고 함께 예배한다. 하지만 그들이 떠나온 고국에서는 주류와 소수민족들의 오랜 갈등과 내전으로 겹겹이 쌓여온 트라우마가 많기에 그동안 덮어놓고 지내던 분노와 슬픔, 의분이 올라와 힘들어한다. 나는 함께하는 기도와 예배의 힘을 믿는다. 하지만 오늘은 기도와 예배의 힘이 탱크와 미사일의 힘에 비해 터무니 없이 작고 왜소하게 느꺼졌다.

오후 1시반.
오늘은 홈스쿨 그룹을 가르치는 날. 내가 가르치는 주제는 ‘나의 정체성과 인종, 국가, 종족’. 그룹에는 미국인 가정에서 태어나 자란 아이들, 시리아 부모를 뒀지만 아이들이 태어나기 전 부모가 다른 아랍권 나라로 이민가는 바람에 다른 나라에서 태어난 후 부모와 미국으로 재정착한 아이들, 그리고 한국에서 미국으로 이민온 부모에게서 태어난 우리 아이들이 있다. 먼저 인종(race)은 생물학적인 근거를 둔 카테고리지만 사실은 생물학적이 아닌 집단의 우열을 가리기 위한 카스트제도이며 반 성경적임. 국가는 지역적/정치적 경계이며 이민이나 망명등의 이유로 국적(nationality)이 바뀌기도 함. 종족(ethnicity)는 나의 역사와 관련된 정체성으로 성경적 개념이지만 명확한 경계가 있는 것이 아니라 계속 유기적으로 변해감. 얼마나 알아들었는지 모르지만 의미있는 질문과 대화가 이어졌다. 다양한 문화 가운데 자기 정체성을 찾아가면서 언젠가 더 깊이 고민하게 될 이슈들이다.

오후 3시반.
친구들과 송라이팅을 하러 작정하고 모였다. 이미 그동안 생각한 곡의 주제들을 모아 놓았지만 기도로 시작하며 성령의 감동과 인도하심을 구했다. 함께 만들기로 결정한 곡은 개인과 공동체를 하나로 묶는 그리스도의 몸에 대한 노래. 노래는 서로의 많은 상처를 외면한 공동체적 회개로 흘러간다. 그리스도의 몸이란 무엇인지 서술한다. 무겁고 파워풀한 노래에 모두 숙연해지고 지금 공동체 구성원들이 겪고 있는 여러 상황들이 떠올라 눈시울이 뜨거워졌다.
과거에 월드뉴스는 그저 나와 상관 없는 남의 나라에서 일어나는 일들이었다. 내전, 학살, 인종차별, 기근, 정치적 분쟁은 채널을 돌림과 동시에 눈밖으로 사라졌다. 이제 뉴스는 더 이상 이슈가 아닌 내 옆에 존재하는 이들의 실제 얼굴들이다. 지금 이순간 전쟁, 기근, 재해를 겪고 있는 이들은 몇년후 우리 곁에 이웃으로 찾아올 것이다. 그들과 함께 살아갈 준비가 필요하다.
정복을 통한 개종이 아닌 섬김을 통한 회심으로 이어지는 선교, 인종과 언어에 따라 분리된 예배가 아닌 한 밥상으로 이어지는 예배, 이것을 꿈꾸며 오늘도 하루를 살았다.

Proskuneo 소속 선교사, 예배사역자 / 글과 이미지는 김재우 님의 페이스북에서 퍼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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